Review/기타등등

[연극] 내 마음의 안나푸르나

Helpas 2009. 7. 9. 05:35

내 마음의 안나푸르나 ★★★☆
가족에게도 말 못할 마음 속의 무거운 짐, 하지만 그것을 덜어 줄 수 있는 건 따뜻한 가족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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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본 연극이었습니다. 여자친구덕에, 정확히 말하면 여자친구 사촌오빠님덕에 좋은 연극 관람을 하게 되었죠.
 제목은 '내 마음의 안나푸르나'로 극장 앞에 도착하기 전까지 그 제목조차 모르고 갔더랬습니다. -_- 그 내용을 몰랐음은 더욱 당연한 거였죠. 공연장이 다소 어둑칙칙한 곳에 있길래 연극도 암울한 내용이 아닐까 했지만 입장을 위해 지하로 내려갔다가 그저 기우임을 알았습니다. 내부는 매우 환하고 밝은 분위기였으며 주변의 여러 격러사, 그리고 배우들의 백그라운드 사진들을 보면서 '즐거운 공연'이 될 것임을 직감했죠. 그렇게 연극은 시작 되었습니다.

 연극의 시작은 개성있는 가족의 등장으로 시작 됩니다. 외할아버지의 병환으로 길을 떠난 가족들. 그런데 때아닌 눈으로 인해 고속도로가 꽉꽉 막히게 되고 이들은 거의 하루가 넘는 시간동안 고속도로에 갖혀있게 됩니다. 제한된 공간, 어떤 갈등들이 표출되고 도망 갈 데 없는 이 제한된 공간에서는 반드시 충돌하기 마련이죠. 당연히 그와중에서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가족간의 갈등과 오해들이 나타나게 됩니다.
 이런 갈등들은 꽉 막힌 도로에서 서로 피할 장소도 없이 충돌하게 되고 계속 오해로 남게 됩니다. 하지만 그 진실들이 하나씩 밝혀지게 되고 가슴 속에 응어리진 그 말 못할 감정의 끈은 꽉 막힌 도로의 정체가 서서히 풀리면서 해소되게 되죠.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겪어 봤을법한 교통체증이라는 소재와 그것을 연극의 주제가 되는 가족들의 마음으로 표현시킨 부분은 정말 놀라웠습니다. 무거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늘상 겪는 교통체증에 비유를 하며 이를 극복을 하고 있는 내용은 더더욱 박수를 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마음에 드는 부분은 또 하나가 있었습니다. 어떤 고정된 틀, 고정된 세트가 없이 사다리 하나로 무대 전체를 자유롭게 활용하며 이야기를 꾸려나가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관객의 '상상'을 위한 또다른 배려로 보입니다. 거기에 내용과는 거의 관련이 없어 보이는 두 명의 자유분방한 라디오맨/우먼(?)은 연극 내용에 너무 심취하여 지칠 수 있는 관객들의 머리를 환기시켜주는데 매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가족의 어두운 면을 보며 배우와 함께 같이 우울해지다가도 이 두 사람 때문에 다시 활짝 웃고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게 된다는 점에서 그 두 역할에게 가장 큰 큰 박수를 보내야 할 것 같군요.^^

 후반부 클라이막스에 이르러 다소 산만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지만 아이의 탄생을 통해 그런 분위기를 반전시켰으며, 각 캐릭터들의 색깔은 변하지 않았지만 마음 속 짐을 모두 덜어내었다는 해피엔디을 보며 한없이 미소지을 수 있는 그런 연극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아버지께서 마지막 엔딩 부분에, 등장 신처럼 포즈를 한 번 더 잡아 주셨더라면 하고 내심 기대를 했었는데 아쉽게 되었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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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법으로 인해 영화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현 리뷰는 7월9일자로 수정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