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기타등등 2009. 9. 6. 13:38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Jekyll & Hyde)

 살다보면 자신만의 연중행사라는 것이 생기곤 한다. 1년에 한 번, 혹은 정말 특별한 일로 두 번 정도 하게 되는 엄청난 일들인 셈.
 내게도 그런게 있다. '토다이'가기, '아웃백'가기, 뭐 이런게 1년에 한 번 있을까 하는 연중 행사랄까.... ;;

 암튼 이번에 보게 된 지킬 앤 하이드 역시 이 연중행사 중 하나에 속하는 부분 이다. (가장 비싼 연례행사인 셈이지. ㅋㅋㅋ)
 비싸건말건 이런 공연은 반드시 좋은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는 욕심이 있다. 그래서 R 석으로(VIP나 OP자리는 어떻게 구하는지 모른다... ㅠ.ㅠ) 앞에서 여섯 번째 정도 되는 자리를 성공적으로 예약하고 예매 날짜만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내가 생긴거랑은 다르게 뮤지컬, 공연, 오페라 같은 그런 문화 생활을 참 즐겨라 하니 '니가 이런걸 다? 예상 외인걸?' 하는 반응은 노노노.(솔직히 돈은 쥐뿔도 못버는게 취미는 카메라에, 이런 뮤지컬 보는 거니... -_-;;)

 본문이 시작되기 전 잠시 이쯤에서...
 지킬 앤 하이드.. 사실 어릴 때 책으로 읽은 기억 한 번과 각종 UCC에 떠도는 일부 장면, 그리고 어둠의 경로를 통한 이전 뮤지컬 모습 정도만을 기억 하고 있다. 너무 오래 전에 본 내용들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보는 게 맞겠군. 게다가, '브래드 리틀' 이라는 주연 배우의 사전 지식 또한 없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UCC에서 본 몇몇 다른 뮤지컬, 오페라의 영상 중 그분의 영상이 다수 있었다는 것) 암튼 뭐 그렇게 성의 없이 날짜만을 기다리고 있었던거였지.

 공연이 시작 되고....
 의자 나열 중 제일 사이드 자리에 앉아서 그런지 내 앞엔 자막을 보는 화면이 없었다. -_-;;; 그래서 건너편 의자 뒤의 자막을 봤더랬다. (그게 훨씬 낫더군. ㅎㅎ) 영어 공부를 해야겠다.. 라고 생각이 든게 회사 이외의 장소에서 처음이었다. 역시 영어가 답인가...;;

 흠.. 보는 내내 느낀건데 브래드 리틀은 정말 노래 잘부르더라. -_- 부러울 정도로.
 http://www.playdb.co.kr/magazine/MovieView.asp?sReqPlayNo=11122&sReqKind=017008&sReqMediaNo=17875
 (브래드 리틀이 제작 발표회에서 부른 This is the Moment)
 실제 공연에서도 보는데 온몸에 소름 돋고 눈물이 흐를 정도였으니까.
 다른 배우들은 솔직히, 정말 솔직히 잘 부른다 느낌 보다는 지킬, 하이드의 음색을 잘 받쳐주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전부였다. 그정도로 지킬과 하이드의 무대 장악력은 대단했거든. 특히 후반의 연구실 장면에서 지킬과 하이드의 모습을 오고가며 고뇌하는 장면은 노래 실력 뿐 아니라 그 연기력에도 참 박수를 쳐 주고 싶었다. 내 눈엔 정말 지킬과 하이드가 싸우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솔직히 나는 국내 배우들의 그것들도 모두 챙겨본다. 그런데 이게 영어다 국어다 그 차이가 아니라 뭐랄까 힘이 부족하다고나 할까. 암튼 적어도 내 기준에 있어서 [뮤지컬은 일단 노래가 좋고 봐야한다] 라는 그런게 있는데 국내 공연들의 그것들은 브로드웨이의 그것들과는 정말 눈에 다른 차이가 있었음은 부정 할 수가 없다. 우리나라 배우를 뭐라 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지만 (그들의 노력과 땀을 모르는 게 아니기에) 솔직히 대부분의 국내 공연은 한 번 뿐이지 그 다음 공연은 시들시들해지는 게 대부분이었으니까....

 어찌됐건 집에 돌아와 검색을 하면서 안 사실이지만 나와 와이프가 보았던 공연 전회에서 트러블이 있었던 것 같다. 립싱크 라던지, 주연 배우가 아닌 언더 배우가 출연한 사실이라던지 하는 것이 그것이었는데 우린 뽑기 운이 좋았던건지 그런 문제 없이 잘 넘어갔다. (생각해보니 운이 참 좋았던 것. ㅎㅎ)

 아직 지킬 앤 하이드를 보지 못했거나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들은 빨리 보길 바란다. 우리나라 같은 이런 뮤지컬이나 오페라의 불모지에서 이런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건 그렇게 쉽게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아니니까.

 아참, 그리고 이기회에 지킬 앤 하이드의 This is the Moment를 모두 모아봤다.
 보러 갈 시간도 없고 돈도 없으신 분들은 이걸로 대리만족이라도.. ㅠ.ㅠ

Robert Cuccioli.
이 아저씨가 남자가 봐도 참 섹시하게 생겼다. 주름 없는 스티븐 시걸이랄까. (어?)



David Hasselhoff.



Rob Evan.



조승우.
Review/기타등등 2009. 7. 23. 14:46

[연극] 거울공주 평강이야기

거울공주 평강이야기 ★★★★★
남을 사랑하는 것, 그것이 사랑의 전부는 아닙니다. 자신을 사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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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만점 나왔습니다. 진심입니다.
 오늘 이 영광의 대상은 또다시 만나뵙게 된 '정선아'님이 출연하신 연극 거울공주 평강이야기(이하 평강이야기) 입니다.

 사실 '평강이야기'는 연극이 아니라 '뮤지컬'이라고 소개를 하는 게 맞겠군요. 뭐 영화건 연극이건, 게임을 제외하고는 사전 조사 없이 일단 보고 평가를 내리는 저이기에 이번에도 역시 아무런 정보 없이 그냥 '정선아'님 출연 연극 이라고만 알고 와이프와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일단 제목부터 '평강이야기'이다보니 낯설지도 않고 뭔가 내가 알고 있는 시나리오가 나오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보기 시작했습니다만, 공연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끝나는 그 시점까지 저는 그 재미와 놀라움에 입을 다물수가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그 어떤 연극도, 뮤지컬도 아마 이보다는 못했으리라 감히 생각을 하네요.

 '평강이야기'의 배경은 우리가 알고 있는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의 뒷 이야기이며, 주인공은 '연이'라는 이쁘장한 평강공주의 하녀 입니다. 우린 알 수 없지만 금의환향을 하는 온달과 평강공주의 소식을 듣고 그의 하녀 연이는 성격이 더러운(?) 평강공주를 피해 달아나게 되죠. 그리고 어느 숲속에서 자신도 평강공주처럼 되고자 합니다. 그곳에서 한 야생 소년을 만나고 그와 재미난 나날을 보내지만 내가 남이 될 수 없듯 연이는 곧 자신이 평강공주가 될 수 없음을 깨닫고 깊은 실의에 빠지게 되면서 생기는 애간장타는 이야기가 바로 '평강이야기'의 주된 시나리오 입니다.

 시나리오가 어찌나 좋은지 저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정신없이 무대 곳곳으로 시선을 돌려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칭찬하고 싶었던 점은 바로 연극의 그 자체를 칭찬하고 싶더군요.
 '평강이야기'의 가장 큰 특징은 어떤 음악 없이 연기자들의 모두 아카펠라와 같이 직접 소리를 내며 진행을 합니다. 여기엔 배경 음악도 있고, 효과음도 있으며, 대사와 노래도 있습니다. 그들의 소리에 따라 지금 여기가 어디인지, 어떤 사건이 발생하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었고 그덕에 공연의 이야기 속으로 더더욱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뿐만아니라 다소 직설적이고 군더더기 없는 이야기의 진행은 이 공연이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지 그 메시지의 전달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야기의 주된 진행과 연기자들의 연기가 여기저기에서 발생하지 않고 관객들이 포커스를 두고 볼 수 있는 중심점에서 발생하다보니 그만큼 이야기 자체에 더욱 몰입 할 수 있게 되더군요. 그런 부분을 포함하여 저의 짧은 연극 지식에 있어서의 '평강이야기'는 마이너스 점수를 줄 수 없는 정말 뛰어난 수작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지인의 힘에 힘입어 '정선아'님이 참여하신 연극을 종종 보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평강이야기'에서도 그분 중심적으로 보게 되더라고요. 어쩔 수 없죠, 팔은 안으로 굽는다니까. 이후 '정선아'님께서 또 어떤 연극을 하시게 될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분의 톡톡 튀고 귀에 쏙쏙 들어오는 명랑한 목소리는 어떤 연극, 영화를 하시게 되더라도 충분한 청량제가 되어 보는이로 하여금 즐거움을 안겨주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네요.

 여러분, 자기 자신부터 사랑하세요. 아마 모든 사랑의 시작이 아닐까 생각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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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법으로 인해 영화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현 리뷰는 7월23일자로 수정 되었습니다.

Review/기타등등 2009. 7. 9. 05:35

[연극] 내 마음의 안나푸르나

내 마음의 안나푸르나 ★★★☆
가족에게도 말 못할 마음 속의 무거운 짐, 하지만 그것을 덜어 줄 수 있는 건 따뜻한 가족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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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본 연극이었습니다. 여자친구덕에, 정확히 말하면 여자친구 사촌오빠님덕에 좋은 연극 관람을 하게 되었죠.
 제목은 '내 마음의 안나푸르나'로 극장 앞에 도착하기 전까지 그 제목조차 모르고 갔더랬습니다. -_- 그 내용을 몰랐음은 더욱 당연한 거였죠. 공연장이 다소 어둑칙칙한 곳에 있길래 연극도 암울한 내용이 아닐까 했지만 입장을 위해 지하로 내려갔다가 그저 기우임을 알았습니다. 내부는 매우 환하고 밝은 분위기였으며 주변의 여러 격러사, 그리고 배우들의 백그라운드 사진들을 보면서 '즐거운 공연'이 될 것임을 직감했죠. 그렇게 연극은 시작 되었습니다.

 연극의 시작은 개성있는 가족의 등장으로 시작 됩니다. 외할아버지의 병환으로 길을 떠난 가족들. 그런데 때아닌 눈으로 인해 고속도로가 꽉꽉 막히게 되고 이들은 거의 하루가 넘는 시간동안 고속도로에 갖혀있게 됩니다. 제한된 공간, 어떤 갈등들이 표출되고 도망 갈 데 없는 이 제한된 공간에서는 반드시 충돌하기 마련이죠. 당연히 그와중에서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가족간의 갈등과 오해들이 나타나게 됩니다.
 이런 갈등들은 꽉 막힌 도로에서 서로 피할 장소도 없이 충돌하게 되고 계속 오해로 남게 됩니다. 하지만 그 진실들이 하나씩 밝혀지게 되고 가슴 속에 응어리진 그 말 못할 감정의 끈은 꽉 막힌 도로의 정체가 서서히 풀리면서 해소되게 되죠.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겪어 봤을법한 교통체증이라는 소재와 그것을 연극의 주제가 되는 가족들의 마음으로 표현시킨 부분은 정말 놀라웠습니다. 무거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늘상 겪는 교통체증에 비유를 하며 이를 극복을 하고 있는 내용은 더더욱 박수를 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마음에 드는 부분은 또 하나가 있었습니다. 어떤 고정된 틀, 고정된 세트가 없이 사다리 하나로 무대 전체를 자유롭게 활용하며 이야기를 꾸려나가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관객의 '상상'을 위한 또다른 배려로 보입니다. 거기에 내용과는 거의 관련이 없어 보이는 두 명의 자유분방한 라디오맨/우먼(?)은 연극 내용에 너무 심취하여 지칠 수 있는 관객들의 머리를 환기시켜주는데 매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가족의 어두운 면을 보며 배우와 함께 같이 우울해지다가도 이 두 사람 때문에 다시 활짝 웃고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게 된다는 점에서 그 두 역할에게 가장 큰 큰 박수를 보내야 할 것 같군요.^^

 후반부 클라이막스에 이르러 다소 산만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지만 아이의 탄생을 통해 그런 분위기를 반전시켰으며, 각 캐릭터들의 색깔은 변하지 않았지만 마음 속 짐을 모두 덜어내었다는 해피엔디을 보며 한없이 미소지을 수 있는 그런 연극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아버지께서 마지막 엔딩 부분에, 등장 신처럼 포즈를 한 번 더 잡아 주셨더라면 하고 내심 기대를 했었는데 아쉽게 되었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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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법으로 인해 영화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현 리뷰는 7월9일자로 수정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