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영화들 2009. 7. 23. 02:36

[영화] The Dark Knight (다크 나이트)

The Dark Knight (다크 나이트) ★★★★☆
선과 악, 그 대립의 철저한 철학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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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식하게 찌는 여름. 말 많은 그 영화 '다크 나이트'를 보았습니다. 저쪽 나라의 그 수많은 영웅물 중에서 배트맨을 가장 좋아하는 저로서는 그야말로 보지 않을 수가 없는 영화였죠. (물론 '영웅본색'이 재개봉하여 잠시 흔들렸습니다만) 아무튼 그렇게 수많은 고민을 한 뒤 다크 나이트를 보고난 저는 정말 그야말로 박수를 치며 일어 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배트맨1 시절부터 여타의 영웅물 영화와는 다르게 배트맨은 그 분위기와 영화 자체의 메시지부터 남달랐습니다. 물론 코믹스도 그러했죠. 일반적인 영웅물 영화나 코믹스엔 재미와 재치가 있습니다. 그리고 영웅은 남들과는 달리 무언가 특출난 능력이 있죠. 하지만 배트맨은 다릅니다. 재미는 있으나 재치 대신 진지함이 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어떤 자신의 능력을 이용한다기 보단 대중과 정부를 이용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배트맨 시리즈를 보다보면 느낌이 왠지 '내가 어른이 된 것 같아' 그런 느낌이죠.

 저는 배트맨을 보면 언제나 '성악설 성선설'을 떠올리곤 했습니다.(감독이 담아 둔 메시지라면 좋겠군요) 전 매번 배트맨 시리즈를 보아오면서 그 생각만이 머리에 가득 찰 수 밖에 없었거든요. '과연 인간이란 원래부터 나빠서 악인이 되는 것일까.' '원래 착한놈은 죽을때까지 착하고, 나쁘게 태어난놈은 죽기 직전까지 나쁜 짓만 일삼다가 죽을 것인가.' 그 내용을 배트맨에서는 과감히 고유의 소재로 선택을 했고, 매번 영화에서도 매우 철학적인 접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성악/성선설의 뿌리가 가장 노골적으로 보여지던 시리즈는 펭귄맨, 캣우먼이 나오던 2로 기억되는군요.
 이번 다크 나이트도 제 기대를 버리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제가 보아오던 성악/선설의 내용 보다는 선과 악 그 자체의 대립을 놓고 철학적 전투를 벌이는 모습으로 제겐 보여졌습니다. 단순히 살인을 막아야 한다, 살인을 해야 한다가 아닌 인간이 가지고 있는 선함, 인간이 지니고 있는 악함 그 자체의 심리적 대립. 그것을 배트맨과 조커 두 인물은 멋지게 영화로 승화시켜 주었습니다.

 글이 진지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살짝 농담 섞인 이야기를 좀 해 보죠.
 사실 이번 다크 나이트에서의 최고 수훈을 말하라면 오히려 배트맨 보다는 영원한 맞수 조커를 들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고인이 된 히스 레저의 유작이라 더 높게 칭하는 사람도 많습니다만, 저는 그런거까지 따지고 싶진 않고 극중 조커의 모습에 그저 혀만 내두를 뿐 이었습니다. 너무 완벽했거든요. 악인(惡人)으로서 말이죠.
 무슨 말인고 하니, 지금까지의 악역들은 그저 주인공만을 곤경으로 몰아 넣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목적은 대부분 '돈' 이었죠. 언제나 돈이 문제 입니다. 맨날 은행털고 무슨 비밀 무기를 털고 하는 식으로 말이죠. 로또 한 방이면 될것을. 암튼 처음엔 완벽하던 그 악역들은 반드시 '힌트'나 '약점'을 노출하게 됩니다. 그리고 거기에 꼬투리를 잡혀 끝내는 주인공에게 당하고 그를 잡기 위해 난리를 치던 사람들은 환호를 지르죠.

 조커라는 악역은 그런 잡배(?)들과는 다른 스케일을 보여줍니다. 주인공의 가족이나 친구, 애인을 위협하는 쪼잔한 짓은 하지 않습니다. 그는 고담시민 전부를 위협하고 공포에 빠뜨립니다. 나 하나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돈을 위해 악행을 저지르지 않습니다. 그는 오직 악을 위해 악행을 저지릅니다. 오직 배트맨과 밀고 당기는 힘싸움을 하고 싶기에 악행을 저지릅니다. 마지막으로 그 악을 저지르는데 있어서 일말의 망설임도 주저함도 없습니다. 그는 약점을 노출하지 않죠. 그것이 그를 진정 악으로 거듭나게 합니다.

 다크 나이트는 기존의 배트맨 시리즈과 비교해 느낌이 조금은 어른스러워진 느낌입니다. 기존은 배트맨이 지닌 기술(?)을 매우 디테일하게 보여줬거든요. 예를 들어 무기가 작동하는 원리를 은근슬쩍 설명한다던지, 배트맨 전용 자동차에 담긴 일부 능력의 이름을 보여준다던지, 뭐 그런 것 말이죠. 하지만 이번 시리즈엔 그런 군더더기는 완전 싹 다 빼버렸습니다. 개인적으론 참 맘에 드는 부분이었죠. 애니메이션으로 치자면 '사이버포뮬러 더블원'과 '사이버포뮬러 신'의 차이랄까요? 

 영화를 보는 내 사람들은 조커가 일반적인 악인이 아니라는데, 모두 동감을 하게 될 것 입니다. 선과 악의 철저한 대립은 절대선 배트맨과 절대악 조커 사이에 하비 덴트라는 인물을 생성하게 합니다. 그의 존재가 있기에 바로 이번 영화의 철학이 완성 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선과 악. 그 시작은 전작에서도 다루었지만 결과적으로 누가 먼저인지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선과 악이라는 그 분명한 두 매개는 서로 맞물리면서 누가 더 원초적인 감정인지, 심리인지를 보여줍니다. 그것을 완성시키는 것이 바로 하비 덴트라는 인물이고 또한 두 척의 배를 이용해서도 그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선택은 단 하나. 선과 악 사이에서 당신은 무엇을 택하겠습니까?

 배트맨 시리즈는 그 감상 포인트가 따로 있습니다. 오늘은 무슨 무기를 들고 나올까, 부메랑은 나올까? 차가 변신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이것은 배트맨을 옳지 못하게 보는 방법 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배트맨은 매우 철학적이며 심리적인 영화 입니다. 그것을 가려 볼 수 있을 때, 다크 나이트는 정말 대단한 수작으로 여러분께 다가갈 것 입니다.

 해 뜨겁고 습도 높은 요즘 다크 나이트는 여러분께 그닥 권하고 싶진 않은 영화 입니다. 볼것보단 생각할 게 많고, 화끈함 보단 끈적거림이 더 강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생각없이 킥킥대며 쉽게 볼 수 있는 영화만 보아 영화를 보는 눈이 낮아졌거나 너무 가벼운 영화만 보다보니 영화 보는 돈이 아깝게 느껴졌던 분들께는 망설임 없이 이 영화를 추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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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법으로 인해 영화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현 리뷰는 7월23일자로 수정 되었습니다.